어제 아침의 버스티켓 예약이 쓸데없는 짓임이 명백해진 아침이다.
7시에 론다로 떠나는 버스에는 5명도 안되는 승객이 자리하고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운결과는 "여행지는 조금 과한게 나을때가 많다"는 나의 지론을 다시 검토해 보라고 주문한다.
버스는 아침부터 적지 않은 비가 내리는 들녁을 달려나간다.
이름모를 조그만 마을들, 집유장 같은 작은 정차역을 지나며 3시간이 넘는 시간에 걸쳐 버스는 론다로 향한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날씨다.
특히나 카메라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햇빛이란 물감이고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자유로운 움직임이다.
가장 중요한 키를 신이 지니고 있다는 것은 여행자를 겸손하게 만든다.
비가 조금씩 잦아드는 거리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한다.
그라나다로 언제 이동할 것인가 이다.
오늘하루를 론다에서 보내기로 하고 가장 늦은 렌페 시간을 예약하고 시내로 걸어간다.
그라나다 거리에는 크지 않은 오렌지나무가 늘어서 있다.
너무 잘 영글어서 따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너무 시어서 먹지못한다고 한다.
그냥 따서 가공용으로만 판매한다고....
아침을 시원치 않게 먹은 관계로 비도 피할 겸 시내 츄로스 가게로
동네 주민들이 꽤 많이 모여앉아 커피와 추로스를 즐기고 있다. 조금은 경계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스페인 추로스는 대게 설탕같은 것이 없고 순수하게 밀가루로만 튀기는 데 이것을 잘라서 진한 코코아에 찍어먹는다.
따뜻하고 바삭한 식감이 좋아 간식으로 적합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간식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쨍한 하늘이 반겨준다.
비온 뒤라 더 파란 하늘.....
이럴때마다 신의 허락에 감사드리게 된다.
세비야와는 또다른 느낌의 론다 건물과 거리....
론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누에보 다리와 헤밍웨이, 투우장 등이다.
헤밍웨이는 특히 론다를 사랑해서 이곳을 배경으로 무기여 잘있거라를 집필했다고 한다.
절벽아래로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
론다전망대에서 보는 자연....
뜻하지 않게 추운 날씨에 마눌님 목도리를 슬쩍....
나름 잘 어울려서 득템이라고 신나했다.
멀리 보이는 전망대
누에보다리의 모습
1793년 완성되었다는 이 다리는 보는 것처럼 아찔하기 그지없어서 건설중에도 꽤 많은 인명사고가 났다고 한다.
지금은 이 다리를 보고자 하는 세계각국의 여행객이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룬다.
누에보다리에서 보는 반대편 경치도 아찔하다. 많은 관광객이 이 아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위해 모여있다.
다리 반대편 전망대에서 본 이국적인 풍경
전망대에서 빵 터지심....
이 하얀색 건물이 식당인데 경관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 점심을 여기서 먹었다.
누에보다리로 내려가는 지름길은 막혀있었고 우리는 긴 코스로 천천히 걸어보기로 결정하였다.
가는 길에 만난 포토그래퍼 커플에게 한컷 받은 사진...
그들은 어떻게 찍어달라고 일일이 주문하고 바로 확인해서 마치 시험보는 기분이 들게 하였다.
항상 포즈가 문제인데 시키는 대로 했더니 조금은 개성있는 사진이 나온듯 하다.
거리를 타고 내려가는 길....
이제는 꽤 먼 시골길을 두다리로 걸어가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걷는게 무척 좋아졌다.
아주 가끔씩 불편한 자세로 길을 걷는 노인들을 보면서 문득 문득 들던 생각이 이제는 확신처럼 굳어진 모양새다.
분명코 허리를 쭉펴고 두다리에 힘을 주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며 행복이다.
더구나 맑은 공기와 함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걸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가끔씩 경치좋은 배경앞에선 사진도 찍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누에보를 향해 걷는 길
인생도 마치 이와 같아서 과정속에서 행복을 발견해야 진정 행복해 질 수 있는 것 같다.
마침내 도착한 누에보다리 포인트
꼬박 걸어온 보람을 한번에 느끼게 해준다.
자녀들을 데리고 렌트카 여행을 오신 나이 지긋한 분을 보면서 새삼 동지애를 느끼기도....
우리가 봤던 경치를 뒤로 하고 이제는 론다 시내로 돌아간다.
생각외로 긴 거리에 다소 지칠 때쯤 시내에 도착한다.
점심은 아까 봐 두었던 맞은 편 절벽이 바로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엔 용기와 미소가 아닐까 싶다.
완벽한 언어가 편리함을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을 만들어 줄 순 없다.
낯선 곳, 낯선 식당, 동양인이라고는 아무도 갈 것 같지 않은 식당, 무시당할 것 같은 식당도 일단 들어가 본다.
때론 조금은 떨릴때도 있지만... 이럴때 필요한 것 미소다
미소야 말로 완벽한 언어보다 더 강한 힘이 있다.
식당에 들어가서 웃으며 테이블이 있는 지 물어본다.
두시가 넘어서 점심식사 하기엔 좀 늦은 시간....
그러나 내가 웃어주는 순간 굳어있던 종업원 얼굴이 확 펴지는 게 눈에 보인다.
나도 스페인어를 모르지만 그들도 영어를 잘 모른다.
그렇지만 서로의 미소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어떠한 종류의 위안이고 마음놓임이다.
메뉴판에서 이제는 좀 익숙해진 스페인 음식 몇가지를 시켜서 절벽을 보며 식사를 하는 시간은 또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느낌인데
아무 이유없이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감동이기도 한듯하고 이렇게 좋은 공간에 남겨지게된 축복에 대한 감사이기도 한듯하다.
이제 그라나다로 이동한다.
예약은 렌페역에서 하는데 기차철로가 고장이라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중간에 다른 버스로 갈아타는건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
이전과는 다르게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무척 아름답다.
어느새인가 무지개를 보기 어려워졌다.
언젠가 뉴질랜드에서 자연을 보며 느꼈던 이야기를 다시 해야겠다.
아침 저녁으로 노을이지고, 비가 그치면 일곱색깔의 무지개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
낮이 되면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것
밤이 되면 까만 하늘에 보석처럼 촘촘한 별이 빛난다는 것
예전에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너무나도 소중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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