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리스인 조르바

너른마루 2013. 4. 24. 10:17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찬차키스 지음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상을 꿈꾸는 작가 『나』와 완벽한 자유인을 상징하는 『조르바』가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줄거리 보다도 인물에 대한 세세한 묘사와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는 사상은 왜 이 소설을 첫손으로 꼽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알 수 있게 한다.

 

 

먼저 “나”를 설명해주는 문장을 보자.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일어났을 때의 내 마음엔 이 바닷가에서 이루어야 할 두가지 과업이 생겨져 있었다.

붓다에서 벗어나고 모든 형이상학적인 근심인 언어에서 나 자신을 끌어내리고 헛된 염려에서 내 마음을 해방시킬 것. 지금 이 순간부터 인간과 직접적이고도 확실한 접촉을 가질 것.

 

반면 조르바라는 인물의 성격을 말해주는 조르바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안 믿어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나을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오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나머지는 모조리 허깨비들이오.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 내어요. 나머지야 몽땅 허깨비지. 내가 죽으면 만사가 죽는거요.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나락으로 떨어질거요.”

 

「그래요, 당신은 나를 그 잘난 머리로 이해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이건 진실이고 저건 아니다. 그 사람은 옳고 딴 놈은 틀렸다…….>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당신 팔과 가슴을 봅니다. 팔과 가슴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침묵한다 이겁니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아요. 흡사 피 한방을 흐르지 않는 것 같다 이겁니다. 그래, 무엇으로 이해한다는 건가요? 머리로? 웃기지 맙시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인공은 점차로 조르바의 생각에 동경하면서 또 한편 동조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조르바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지식의 세례를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만고 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마음은 열려 있고 가슴은 원시적인 배짱으로 고스란히 잔뜩 부풀어 있다.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래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풀어낸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두 발로 대지를 밟고 있는 이 조르바의 겨냥이 빗나갈 리 없다.

 

  나는 머리 위로 손을 뻗치고 서가에서 좋아서 갖고 다니던 책 한권을 뽑아내었다. 말라르메의 시집이었다. 천천히 마음 내키는 대로 읽었다. 읽다가 책을 닫았다가 다시 펼쳤다. 그러다 결국 그 책을 놓고 말았다. 그의 시는 핏기도 없고 냄새도 없고 인간의 본질을 비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 경험한 느낌이었다. 그의 시가 창백한 진공 속의 공허한 언어로 보였던 것이다. 박테리아 한 마리 없는 완벽한 증류수였지만 영양분 역시 하나 없는 물 같은 것. 요컨대 생명이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이 책의 핵심을 찌르는, 작가가 꿈꾸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이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초에 이 땅에 나타났던 사람들의 경우처럼, 조르바에게 우주는 진하고 강력한 환상이었다. 별은 그의 머리 위를 미끄러져 갔고 바다는 그의 관자놀이에서 부서졌다. 그는 이성(理性)의 방해를 받지 않고 흙과 물과 동물과 하느님과 함께 살았다.

 

여기에 나오는 조르바는 형식과 이성으로부터 자유롭고 극단주의적 실존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니체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는 듯 하다.)

 

사실 우리는 형식과 이성, 의무, 가책 등 형의사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면 어떨까, 또 저러면 어떻게 될지....등등

 

가끔은 조르바와 같은 사람을 만나고 꿈꾼다.

앞뒤를 재지않는, 꾸물거림없는 결단과 행동들.

 

사실 대부분의 경우 많은 시간과 준비를 통한 결과물과 즉각적인 추진의 결과물은 그리 다르지 않으며, 심지어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읽고 나서도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또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조르바를 기억나게 하는 책.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읽고, 감동하고 있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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